2026년 6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은 그야말로 '벼랑 끝 매치'였습니다. 1차전에서 각각 대한민국과 멕시코에 패배하며 승점을 챙기지 못했던 체코(체키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양 팀 감독 모두 공격적인 라인업을 들고나오며 승점 3점을 향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체코는 파트릭 시크와 아담 흘로체크를 투톱으로 배치한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남아공은 이크라암 레이너스를 필두로 오스윈 아폴리스, 타펠로 마세코를 전방에 배치한 4-2-3-1(혹은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습니다. 신체 조건과 조직력이 뛰어난 유럽의 복병 체코와 빠르고 유연한 아프리카의 강호 남아공의 맞대결은 경기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체코의 번개 같은 최단 시간 선제골
경기는 시작하자마자 체코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습니다. 전반 5분 8초 만에 체코의 미할 사딜레크(Michal Sadílek)가 남아공의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알렉산드르 소이카의 자로 잰 듯한 패스를 받은 사딜레크는 론웬 윌리엄스 골키퍼를 무력화시키는 정교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이 골은 2026 월드컵 개막 이후 '대회 최단 시간 골'로 기록되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선제골 이후 체코는 견고한 3백 라인(홀레시, 흐라나치, 크레이치)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습니다. 특히 라디슬라프 크레이치가 중심을 잡은 수비진은 남아공의 빠른 역습을 적절히 차단했습니다. 전방에서는 파트릭 시크가 위협적인 헤더와 포스트 플레이로 남아공의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반면 남아공은 체코의 강한 전방 압박과 우월한 신체 조건에 고전하며 전반전 내내 이렇다 할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테보호 모코에나와 탈렌테 음바타가 중원에서 분전하며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로 거친 파울로 체코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급급한 흐름이었습니다.
브로스의 용병술과 매서운 반격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친 남아공의 후고 브로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제이든 아담스를 빼고 21세의 신예 레레보히레 모포켄그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습니다. 이 용병술은 적중했습니다. 모포켄그는 피치 위에 올라오자마자 특유의 민첩성과 화려한 드리블로 체코의 측면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남아공 특유의 짧고 빠른 패스 워크가 살아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체코는 서서히 체력적 부담을 느끼며 수비 라인을 뒤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체코 역시 후반 중반 블라디미르 다리다와 미할 사딜레크를 빼고 파벨 슐츠와 토마시 소우체크를 투입하며 중원 기동력을 보완하려 했습니다. 경기 종반으로 향할수록 양 팀의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체코는 루카시 프로보드의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로 추가골을 노렸으나 남아공의 육탄 방어에 막혔고, 남아공은 에비던스 막고파를 투입하며 롱볼과 고공 플레이까지 섞어 체코를 압박했습니다.
페널티킥 동점골과 모코에나의 눈물
남아공의 끈질긴 공세는 결국 후반 38분 결실을 맺었습니다. 타펠로 마세코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시도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수비에 가담했던 체코 파벨 슐츠의 손에 맞는 핸드볼 반칙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주심은 단호하게 페널티킥(PK)을 선언했습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중원의 핵심 테보호 모코에나(Teboho Mokoena)였습니다. 경기 전 국가가 연주될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던 모코에나는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그는 체코의 마테이 코바르 골키퍼의 방향을 완벽히 속이며 골문 낮은 구석으로 정확하게 슈팅을 꽂아 넣었습니다. 1-1 동점이 되는 순간이자, 남아공의 월드컵 희망을 다시 살리는 극적인 동점골이었습니다.
이후 추가시간 7분이 주어졌고 양 팀은 승점 3점을 위해 총공세를 펼쳤습니다. 체코는 시크와 프로보드가 막판까지 슛을 시도했으나 모코에나의 헌신적인 커버 수비에 막혔고,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경기는 유럽의 피지컬과 아프리카의 기술 및 활동량이 정면으로 충돌한 명승부였습니다. 체코로서는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도 경기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막판 핸드볼 파울로 승리를 놓친 것이 뼈아픈 결과였습니다. 반면 남아공은 후반전 전술 변화를 통해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며 값진 승점 1점을 챙겼습니다. 후고 브로스 감독은 "체코처럼 강하고 높은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어 자랑스럽다"며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이 무승부로 인해 A조의 판세는 더욱 흥미진진해졌습니다. 체코와 남아공은 각각 1무 1패(승점 1점)를 기록하며 최종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특히 남아공의 동점골 주역인 모코에나는 이날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1차전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은 2차전 결과에 따라 조 1위 굳히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