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김민재가 이번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은 시간이다. 프리시즌 친선전에서 이 정도 출전 시간은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35분이 유독 상징적으로 읽히는 이유가 있다. 불과 2년 전, 그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벤치를 지키고 유벤투스행 루머에 휩싸였던 선수였다. 그런 그가 이번엔 노이어도, 우파메카노도, 해리 케인도 없는 팀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같은 선수, 같은 팀, 그런데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들여다보면, 김민재라는 선수가 지난 2년간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가 보인다.

완장을 찬 이유는 실력이 아니라 '공백'이었다
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우디 풋볼 서밋 2026' 친선경기, 바이에른 뮌헨은 제주SK를 2-1로 눌렀다. 그런데 이날 라인업을 자세히 보면 이 완장의 무게가 달리 읽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4강에 오른 해리 케인, 다요 우파메카노, 마이클 올리세는 휴식을 이유로 아시아 투어에 동행하지 않았고, 자말 무시알라와 알폰소 데이비스, 세르주 그나브리는 부상으로 빠졌다. 사실상 팀의 핵심 축이 대거 빠진 상태에서 치른 경기였다. 그 자리를 채운 건 신예들이었다. 김민재의 센터백 파트너는 이번 시즌 갓 올라온 필리프 파비치였고, 좌우 풀백은 이토 히로키와 뱅상 마누바가 맡았다. 즉 이날 완장은 '팀 내 최고참'이라서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후방 라인을 실전에서 이끌어야 하는 사람에게 돌아간 임무였다. 뱅상 콩파니 감독이 김민재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그를 조직력의 기준점으로 본다는 신호에 가깝다.
실점 장면 속 아쉬움, 그리고 계획된 조기 교체
물론 이날 경기가 완벽했던 건 아니다. 전반 12분 필리페 샤베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뮌헨은 전반 15분 제주 브라질 공격수 마테우스 아이아스의 화려한 레인보우 플릭에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며 이창민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김민재를 포함한 후방 라인이 짧은 순간 균열을 보인 장면이었다. 다만 전반 41분 바스티안 아소모의 오른발 감아차기 결승골로 팀은 다시 앞서갔고, 이후 김민재는 페널티 박스 안 위협적인 슈팅을 정확한 포지셔닝으로 걷어내는 등 특유의 전진 수비를 앞세워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35분 만의 교체는 부상이나 부진 때문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프리시즌 체력 안배였다. 지난달 31일 로타흐에겐과의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33분을 소화한 데 이어 이번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교체된 것을 보면, 팀이 김민재의 실전 감각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단계적 로테이션 계획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벤치로 향하는 그에게 2만 2천여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낸 장면은, 8년 만에 K리그 무대에서 마주한 고국 팬들의 환대이기도 했다.
'방출 후보'에서 '완장'까지 - 2년의 온도차
이 경기가 흥미로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김민재는 2023-24시즌 도중 마타이스 데 리흐트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로 내려간 적이 있다. 당시 유벤투스가 관심을 보였고, 팀이 새 센터백(요나탄 타)을 영입하기 위해 기존 자원 중 한 명을 내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방출 후보로 거론됐다. 본인은 잔류를 원했지만, 입지가 흔들리던 시기였던 건 분명하다. 이후 흐름은 반전됐다. 아킬레스건 부상이라는 큰 고비를 겪고도 2024-25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투헬 감독 체제를 지나 콩파니 감독 체제에서 다시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여름에는 새로 합류한 요나탄 타, 그리고 이토 히로키 등과 다시 한번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이지만, 프리시즌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과 주장 완장이라는 결과물은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는 콩파니 감독의 구상 안에 확실히 포함돼 있음을 보여준다.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나던 선수가 몇 년 뒤 신예로 채워진 라인을 이끄는 완장의 주인이 됐다는 서사는, 단순한 '해외파 활약상' 기사로는 다 담기지 않는 궤적이다.
이번 프리시즌 활약이 곧바로 새 시즌 부동의 주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요나탄 타의 합류로 센터백 자원은 오히려 이전보다 두터워졌고, 이토 히로키 역시 유틸리티 자원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결국 관건은 두 가지다. 프리시즌에서 쌓은 신뢰를 정규 시즌 개막 후 실제 출전 시간으로 얼마나 이어가느냐, 그리고 젊은 파트너들과의 호흡을 시즌 초반 실전에서 얼마나 빨리 맞추느냐다. 뮌헨은 한국 일정을 마치고 홍콩에서 애스턴 빌라와 투어 다음 경기를 이어간다. 이 흐름이 이어질지는 아시아 투어 남은 일정과 개막 이후 첫 몇 경기에서 좀 더 분명해질 전망이다.
*작성 근거: 2026년 8월 4일 아우디 풋볼 서밋 2026 제주SK-바이에른 뮌헨 친선경기(2-1) 및 김민재 관련 국내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