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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왼발 킬패스의 주인공이 최전방에 서 있었다 - 이강인의 아틀레티코가 그를 가두지 않는 이유

by magda 2026. 8. 17.

마르세유전 전반 9분, 이강인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았다. 상대 압박을 벗겨낸 뒤 대각선으로 찔러준 패스 하나가 수비 라인을 통째로 무너뜨렸다. 받은 선수는 아데몰라 루크먼.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지만, 이 장면 하나로 벨로드롬의 시선이 이강인에게 쏠렸다. 그런데 이 장면을 만든 이강인의 포지션이 눈에 띈다. 그는 이 경기에서 최전방, 그러니까 스트라이커 자리에 있었다. PSG 시절 이강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오른쪽 측면이나 처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 2선 자원이었다. 그런 그가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자마자 투톱의 한 축을 맡았다. 이건 단순한 로테이션이 아니라, 시메오네 감독이 이강인을 어떻게 쓰려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신호다.

이강인 66

PSG에서는 '역할', 아틀레티코에서는 '역할들'

이강인의 이적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PSG에서 이강인은 분명 중요한 선수였다. 리그1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함께한 스쿼드의 일원이었고, 통산 이적료 기준으로도 아시아 선수 역사에서 손꼽히는 규모(2200만 유로)로 합류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루이스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이강인의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지난 시즌 리그1 21경기에 출전했지만 선발 비중은 줄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흥미로운 건 이 겨울 이적설이 불거졌을 때 PSG가 보인 태도다. 아틀레티코가 4000만~5000만 유로에 달하는 이적료를 준비하고 스포츠 디렉터가 직접 파리까지 찾아갔지만, 엔리케 감독은 판매를 거부하고 재계약을 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강인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였다. 역설적이게도, PSG가 붙잡으려 했던 그 다재다능함이 결국 그를 놓아준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아틀레티코 합류의 핵심 이유가 됐다.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의 확실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이적 결정에 무게를 실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메오네는 왜 그를 한 자리에 가두지 않았나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데뷔전(맨체스터 시티전)이 끝난 뒤 시메오네 감독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강인의 포지션을 특정하지 않고 "오른쪽 측면, 왼쪽 중앙, 측면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다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신입 선수에게 붙는 수사로 넘길 수도 있지만, 마르세유전에서 실제로 확인된 장면들은 이 발언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최전방에서 시작했지만 3선까지 깊숙이 내려와 공격을 조율했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팀 전체 공격 템포를 쥐고 흔들었다. 단 3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특정 롤에 가두지 않고 선수의 다재다능함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시메오네 축구의 오래된 특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르코스 요렌테다.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로 커리어를 시작한 요렌테는 아틀레티코 이적 후 시메오네 밑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오른쪽 공격수, 오른쪽 윙백까지 오가며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선수로 재탄생했다. 2019-20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리버풀전, 교체 투입돼 연장전에서만 2골 1도움을 몰아친 경기는 이 실험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강인에게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요렌테가 수비형 자원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경우라면, 이강인은 이미 검증된 공격 재능을 여러 자리에 배치해 팀 전체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시도에 가깝다.

몸값이 아니라 '자리'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

물론 아직은 실험 단계다. 마르세유전에서 이강인은 35분 만에 교체됐는데, 이는 부상이나 부진 때문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출전 시간을 소화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함께 뛴 훌리아노 시메오네,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역시 같은 시점에 동반 교체됐다. 즉 이 경기 자체가 결과보다 컨디션 점검과 조합 실험에 방점이 찍힌 무대였다는 뜻이다. 시메오네 감독 스스로도 "이강인은 아직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모든 선수에게는 특히 신체적으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아틀레티코의 공격진 개편이라는 변수도 있다. 그리즈만이 미국 무대로 떠나고 알마다가 리버 플레이트로 이적하는 등 기존 공격 자원들이 대거 정리되면서, 구단은 벨기에 대표팀 공격수 영입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수는 이강인과 포지션이 겹치는 자원으로 거론된다. 결국 이강인이 시즌 내내 확실한 자기 자리를 지키려면, 지금처럼 여러 포지션에서 눈에 띄는 장면을 계속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강인의 다음 시험대는 8월 20일 말라가와의 리그 개막전, 정식 데뷔 무대다. 프리시즌 두 경기에서 보여준 건 '스트라이커로도, 미드필더로도 위협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이제 관건은 그 가능성을 시즌 성적표 위에서, 그것도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오가는 실전 압박 속에서 증명하는 일이다. 몸값 615억 원짜리 영입이라는 꼬리표보다, '어디에 놔도 위협적인 선수'라는 평가가 더 오래 남을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작성 근거: 2026년 8월 15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올랭피크 마르세유 프리시즌 친선경기 및 이강인 이적 데뷔 관련 국내 보도(2026년 7~8월)를 바탕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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