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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어에서 '가짜 스트라이커'로, 손흥민은 왜 슈팅 없이도 경기를 지배했나

by magda 2026. 8. 11.

톨루카전이 보여준 이상한 숫자 하나 2026년 8월 9일, LAFC와 데포르티보 톨루카의 리그스컵 경기가 끝난 뒤 기록지를 보면 눈에 띄는 숫자가 하나 있다. 손흥민의 슈팅 횟수, *0회*. 67분을 뛰고 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선수가 단 한 번도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는 것은 얼핏 부진의 증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경기의 다른 기록들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손흥민은 전반 3분 상대의 백패스 실수를 유도한 전방 압박의 시작점이었고, 전반 32분에는 스스로 수비를 무너뜨리는 침투로 3대2 역습 기회를 만들어냈으며, 후반에는 두 차례나 동료의 결정적인 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공급했다. 결과적으로 팀은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슈팅 0개와 팀 승리에 대한 실질적 기여가 동시에 성립하는 이 장면은,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지난 1년간 겪은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는 더 이상 프리미어리그 시절의 '측면 침투형 윙어'가 아니다.

손흥민 62

이적 초반의 침묵, 그리고 반전

손흥민의 LAFC 이적은 애초에 양쪽 모두에게 '1순위 시나리오'는 아니었다는 후문이 있다. LAFC는 수년간 앙투안 그리즈만 영입을 우선순위로 두고 지정선수 슬롯을 비워뒀던 것으로 알려졌고, 손흥민 본인도 LAFC가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성사된 이 이적은 초반 성적만 놓고 보면 기대에 못 미쳤다. 정규리그 데뷔 후 13경기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시기가 있었을 정도다. 흐름이 바뀐 건 시즌 중반부터였다. 소속팀 복귀 후 4경기 연속골을 포함해 짧은 기간 6골을 몰아치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였고, 팀도 손흥민 합류 이후 9승 4무 2패라는 확연히 다른 성적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이끌었다. 이 흐름은 2026시즌에도 이어져, 월드컵 복귀 후 치른 공식전에서 연속 득점 행진을 벌이며 MLS 사무국으로부터 "LAFC 입단 이래 최고의 기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통계 사이트들은 같은 기간 손흥민의 어시스트 관련 지표(기대 어시스트, xA)가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그의 존재감은 득점 폭발기에도, 침묵기에도 골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 다면적 기여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포지션의 문제: 윙어와 '최전방'은 다른 언어를 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의 대표적인 무기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해 측면에서 대각선으로 파고드는 침투였다. 상대 수비라인 뒤 공간이 넓게 열려 있고, 반대편에서 볼을 배급해주는 플레이메이커(대표적으로 케인)가 있을 때 극대화되는 유형의 움직임이다. LAFC에서 그는 종종 최전방, 사실상 원톱에 가까운 위치에서 뛴다. 톨루카전에서도 그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이 위치는 요구하는 기술 세트가 다르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 vs 공간을 파고드는 사람: 윙어는 이미 열린 공간으로 침투하지만, 최전방 공격수는 좁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마무리 빈도 vs 연계 빈도: 정통 스트라이커는 슈팅 기회가 많은 대신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최전방에서 처지는 유형은 슈팅 기회는 적지만 동료를 살리는 패스 빈도가 늘어난다.

등지고 받는 플레이: 측면에서 정면을 보고 받던 패턴과 달리, 중앙 최전방에서는 상대를 등지고 볼을 받아 턴하거나 원터치로 연결하는 플레이 비중이 커진다. 톨루카전에서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시도한 감각적인 롭 패스(후반 12분, 57분 두 차례)는 이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두 번 모두 동료의 슈팅으로 연결됐지만 오프사이드로 무산됐다는 점은, 이 조합이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동료들의 '욕심'이라는 변수

이날 경기 기록을 자세히 보면 손흥민 개인의 기량 문제가 아니라 팀 내 옵션 경쟁이라는 변수가 보인다. 전반 32분 3대2 역습 상황에서 동료가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고 직접 슈팅을 선택하면서 결정적 기회가 무산된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손흥민이 자리를 잘 잡고도 공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 즉 새로 합류한 스타 플레이어와 기존 주축 공격진(부앙가, 마르티네스 등) 사이의 우선순위 조율이 아직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손흥민의 어시스트 관련 수치가 득점 지표보다 두드러지는 경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그가 마무리보다 창출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동료들의 마무리 능력이 뒷받침될 때 팀 전체의 득점력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 변화가 흥미로운 사례인가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가 리그와 대륙, 포지션을 동시에 바꾸는 사례는 흔치 않다. 스피드가 정체성이었던 선수가 스피드를 상대적으로 덜 요구하는 포지션으로 이동하며 커리어 후반부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나이가 들어가는 공격수들의 포지션 전환이라는 축구계의 보편적 화두와도 맞닿아 있다. 벤제마, 이브라히모비치 등 커리어 후반 최전방으로 이동해 '연계형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선수들의 계보와 비교해볼 만한 지점이다. 또한 이 변화는 개인 차원을 넘어 리그 판도에도 영향을 준다. LAFC는 리그스컵에서 1차전 승부차기 승리(승점 2점)에 이어 톨루카전 정규시간 승리(승점 3점)로 승점 5점을 확보하며 서부지구 상위권(5위)에 근접했다. 규정상 MLS 상위 4개 팀만 토너먼트에 오르는 만큼, 8월 13일 케레타로 FC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손흥민의 최전방 실험이 실전에서 어디까지 완성됐는지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리하며 슈팅 하나 없이 끝난 67분이 무의미한 경기가 아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손흥민은 지금 득점원에서 창출자로, 침투형 윙어에서 연계형 최전방 자원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에 있다. 이 변화가 완성되느냐, 그리고 동료들이 그 변화에 맞춰 적응하느냐가 앞으로 LAFC의 리그스컵 토너먼트 진출 여부는 물론, 손흥민 커리어 후반부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 글은 2026년 8월 9일 LAFC-데포르티보 톨루카 경기 및 손흥민의 2025~2026시즌 활약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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