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손흥민은 다섯 경기 연속으로 골문을 열지 못했다. 그런데 이 다섯 경기를 나란히 놓고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드러난다. 그는 매번 다른 방식으로 침묵했다. 슈팅이 아예 없던 경기가 있었고, 확실한 찬스를 놓친 경기가 있었고, 시도한 슈팅 전부가 수비에 막힌 경기도 있었다. 심지어 아예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날도 있었다. 같은 결과(무득점)가 이렇게 다른 얼굴로 반복됐다는 건, 이 침묵이 단순한 슬럼프 한 마디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섯 경기, 다섯 가지 침묵
- 8월 9일, 톨루카전 (리그스컵) : 손흥민은 슈팅을 단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다. 대신 전방 압박과 침투로 동료의 기회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 팀은 에디 세구라의 극장골로 1-0 승리했다. 기회 자체가 부족했던 경기였다.
- 8월 13일, 케레타로전 (리그스컵) : 후반 26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포함해 확실한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정규시간 종료 후 승부차기에서는 두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팀의 8강 진출 희망을 살렸다. 결정력 부족과 클러치 능력이 공존한 경기였다.
- 8월 16일, 샌디에이고전 (MLS) : 이번 시즌 손에 꼽히는 활발함을 보였다. 슈팅 4개, 기대득점 0.34로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무득점에 그쳤고, 팀은 VAR로 취소된 골과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실점이 겹치며 0-1로 졌다. 온전히 결정력의 문제가 드러난 경기였다.
- 8월 20일, 콜로라도전 (MLS) : 아예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이미 한 달 전 예고됐던 체력 관리 차원의 로테이션이었다. 후반 19분 투입돼 27분을 뛰었지만 흐름을 바꾸기엔 부족했고, 팀은 자책골로 무너지며 0-1 패배했다. 개인의 부진이 아니라 관리의 문제였던 경기였다.
- 8월 30일, DC 유나이티드전 (MLS) : 다시 선발로 나섰지만 이번엔 상대의 조직적인 집중 견제에 막혔다. 시도한 슈팅 4개가 전부 수비수 몸에 걸렸다. 얼굴에 피가 날 정도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상대의 스카우팅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섰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침묵의 진화가 말해주는 것
이 다섯 경기를 시간순으로 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초반에는 '기회가 없어서', 그다음엔 '기회를 놓쳐서', 그다음엔 '결정력이 부족해서', 그다음엔 '아예 쉬어서', 그리고 최근엔 '상대가 완전히 봉쇄해서'로 침묵의 이유가 계속 바뀌었다. 이는 단순히 컨디션이 나쁘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상대 팀들이 매 경기 손흥민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역설적이게도, 상대가 그만큼 그를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팀도 함께 흔들렸다
같은 기간 LAFC 역시 하락세를 걸었다. 리그스컵 8강 진출에 실패했고, 리그에서는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에 빠지며 서부 콘퍼런스 3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도스 산토스 감독은 지난 5월 같은 상대(샌디에이고FC)를 상대로 이미 한 차례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고 자인한 바 있는데, 8월 들어서도 비슷한 경기 운영 문제가 반복해서 지적됐다. 여기에 밀집된 일정(리그스컵과 정규리그 병행)과 백업 공격진의 득점력 부재까지 겹치며, 손흥민 개인의 침묵과 팀의 부진이 서로를 강화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다만 이 흐름을 곧바로 '하락세의 시작'으로 단정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손흥민은 월드컵 복귀 직후 리그 4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물오른 폼을 보여준 바 있다. 또한 다섯 경기 내내 활동량과 적극성 자체는 떨어지지 않았다. 기회를 만드는 능력은 여전한데 마지막 한 끗과 상대의 대응이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형국에 가깝다.
관건은 다음 한 경기이다. 결국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흐름을 끊어낼 단 한 번의 골이다. 시즌 막바지로 향하는 지금 LAFC의 순위 방어와 손흥민의 득점 침묵 탈출은 사실상 같은 문제로 묶여 있다.
다음 경기에서 이 다섯 경기의 서로 다른 침묵 중 어느 것과도 다른, '골로 답하는' 여섯 번째 장면이 나올 수 있을지가 시즌 후반부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작성 근거: 2026년 8월 9일부터 30일까지 LAFC 공식전 5경기(리그스컵 2경기, MLS 3경기) 및 관련 국내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