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간 1-1, 승부차기 5-3. 스코어만 보면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이었다는 것 외에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숫자 안에는 조금 이상한 이야기가 하나 숨어 있다. 이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선수가, 정작 승부를 가르는 승부차기에서는 두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는 사실이다. 그 선수가 손흥민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정규시간에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선수는 승부차기에서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실축의 기억이 다음 슈팅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 축구에서 흔한 심리적 패턴이다. 그런데 이날 손흥민은 그 공식을 뒤집었다. 이 엇갈림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들여다보면, 지금 손흥민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가 보인다.

90분 동안 벌어진 두 번의 어긋남
LAFC는 13일(한국시각)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리그스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케레타로(멕시코)와 맞붙어 정규시간을 1-1로 마쳤다. 후반 12분, 손흥민이 상대의 밀착 견제를 몸으로 버텨내며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연결했고, 라이언 라포소의 크로스를 부앙가가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동점골이 나왔다. 득점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골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첫 단추를 채운 건 손흥민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후반 26분, 다비드 마르티네스의 아웃사이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골키퍼와 단둘이 마주하는 결정적인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왼발 슈팅은 정면으로 향했다. 5분 뒤인 후반 31분에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골문을 외면했다. 두 장면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경기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 침묵은 우연이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4월 콘카카프 챔피언스컵 8강 크루스 아술전, 4강 톨루카와의 1, 2차전에 이어 이번 시즌 들어 유독 멕시코 팀을 상대로만 득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케레타로전까지 포함하면 멕시코 클럽 상대 무득점 행진이 다섯 경기를 넘어 이어진 셈이다. 흥미로운 건 같은 기간 정규리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월드컵 복귀 후 첫 경기였던 지난달 18일 LA 갤럭시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뒤 리그 4경기 연속골을 몰아치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즉 문제는 컨디션이 아니라, 특정 상대, 특정 대회에서 반복되는 패턴에 가깝다.
실축한 선수가 왜 승부차기 키커로 나섰을까
여기서 이 경기의 진짜 반전이 나온다. 정규시간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긴 손흥민은 승부차기에서 두 번째 키커로 나섰고,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며 팀의 5-3 승리에 기여했다. 오픈 플레이에서의 슈팅과 승부차기의 슈팅은 요구하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 전자는 수비수의 압박, 각도, 골키퍼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계산해야 하는 동적인 판단의 영역이고, 후자는 외부 변수 없이 오직 자신과 골키퍼, 그리고 심리적 압박만 남는 정적인 영역이다. 두 실축 장면 모두 몸을 던지거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나온 반면, 승부차기는 멈춰선 공을 놓고 온전히 스스로와의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감독이 실축을 두 번 한 선수를 두 번째 키커로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코칭스태프가 손흥민의 문제를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경합 상황에서의 타이밍'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그는 대회 들어 세 경기 연속 무득점에 머물렀지만, 동시에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키커 중 한 명으로 여전히 낙점됐다.
팀 성적표로 본 의미
이번 승부차기 승리로 LAFC는 리그스컵에서 1승 2무(승부차기 2승 포함) 승점 7점을 확보하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참가팀 중 3위로 올라섰다. 이 대회는 미국과 멕시코 리그에서 각각 상위 4개 팀만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구조다. 정규시간 승리에는 승점 3, 승부차기 승리에는 승점 2가 주어지는 독특한 규정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정규시간 안에 끝냈다면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LAFC는 이제 경쟁팀들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LAFC의 일정 자체가 손흥민의 득점 침묵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팀은 앞으로 열흘 동안 4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을 앞두고 있고,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도 선수단의 체력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손흥민과 부앙가 듀오가 6주간 17골을 합작하며 MLS 신기록을 세웠던 폭발력과 비교하면, 지금의 득점 가뭄은 실력 저하가 아니라 밀도 높은 일정 속 컨디션 관리의 문제에 가깝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정리하면 이날 경기는 손흥민에게 '득점 침묵'과 '위기의 순간 책임감'이 공존한 90분+승부차기였다. 오픈 플레이에서의 마무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지만, 가장 부담이 큰 순간에 공을 잡고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은 팀 내 그의 입지와 심리적 상태를 동시에 보여준다. 남은 변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밀집 일정 속에서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다른 하나는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결정력을 대회 무대에서도 재현할 수 있느냐다. 이 두 가지가 풀린다면, 지금의 무득점 행진은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작성 근거: 2026년 8월 13일 리그스컵 조별리그 3차전(LAFC 1-1 케레타로, 승부차기 5-3) 및 관련 국내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