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령탑의 데뷔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대개 전술이나 스코어라인이다. 그런데 이날 라인업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조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중앙 수비 파트너로 김민재와 이한범이 나란히 섰다는 점이다. 최근 몇 주 동안 각자 소속팀에서 전혀 다른 부침을 겪어온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는 한 팀의 센터백 라인으로 다시 만난 것이다.

월드컵 탈락 이후 첫 시험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친선경기는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을 딛고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모레노 감독은 평소 선호하는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전방에는 손흥민과 오현규를 세웠고, 좌우 측면은 송민규와 정승원이, 중원은 이재성과 박진섭이 맡았다. 그리고 포백은 설영우와 조현택 사이에 김민재와 이한범이 자리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소속팀에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
김민재는 최근 바이에른 뮌헨에서 파트너가 계속 바뀌는 로테이션 속에 있었다. 슈퍼컵에서는 요나탄 타와, 리그 개막전에서는 우파메카노와 짝을 이뤘고, 최근에는 두 경기 연속 벤치에 앉았다가 복귀하는 등 굴곡을 겪었다. 이한범은 벨기에 브뤼헤에서 데뷔전부터 평점 8.6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최근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애스턴빌라전)에서는 팀이 2-3으로 무너지며 평점 6.6에 그친 바 있다. 둘 다 나쁘지 않은 흐름이지만, 각자의 무대에서 크고 작은 시험대를 거쳐온 셈이다. 이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는 나란히 포백을 구성했고, 팀은 이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소속팀에서 각기 다른 도전에 맞서온 두 센터백이 대표팀이라는 무대에서는 합을 맞춰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전반의 침묵, 후반의 폭발
경기 내용 자체는 쉽지 않았다. 전반에는 양 팀 선수들의 동선이 겹치고 패스 타이밍이 어긋나는 등 호흡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0-0으로 마쳤다. 새 감독 체제에서 처음 손발을 맞추는 자리였던 만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후반 9분 오현규가 중거리 슈팅으로 물꼬를 텄고, 4분 뒤인 후반 13분에는 주장 손흥민이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오른발로 감아 차 넣으며 추가골을 만들었다. 흔치 않은 직접 프리킥 득점이었고, 이 골로 그는 A매치 통산 57호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에게 이 골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최근 소속팀 LAFC에서는 침묵과 반등을 반복하며 득점 방식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던 터였다. 그런 그가 대표팀에서는 흔히 쓰지 않던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만들어냈다는 건, 그의 득점 루트가 한 가지 패턴에 갇혀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주장으로서 새 감독 체제의 첫 승리에 힘을 보탰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후반 41분에는 교체 투입된 이동경이 쐐기골을 더하며 3-0 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모레노호는 성공적인 첫걸음을 뗐다. 다만 전반의 어색한 호흡이 보여주듯, 새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김민재-이한범 조합처럼 소속팀에서 각자의 싸움을 이어가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만나 안정감을 보여준 점, 그리고 손흥민이 새로운 방식으로 골을 만들어낸 점은 새 체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음 A매치에서 이 흐름이 이어질지, 그리고 오늘 좋은 모습을 보인 조합들이 계속 유지될지가 모레노호의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작성 근거: 2026년 9월 24일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대한민국 3-0 에콰도르) 및 관련 국내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