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으로 집중되었습니다. 통산 6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노리는 남미의 맹주 브라질과,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올해 초 네이션스컵 우승까지 거머쥐며 역대 최강의 '황금 세대'를 구축한 모로코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정면충돌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경기 전 세간의 평가는 ‘그래도 브라질의 근소한 우세’였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플래시 아래의 현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90분간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인 끝에 양 팀은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씩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브라질은 자칫 1938년 이후 88년간 이어온 ‘월드컵 첫 경기 무패’ 대기록이 깨질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겼고, 모로코는 자신들이 왜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적인 강호인지를 다시 한번 완벽하게 입증했습니다.

1. 전술 매칭 : 네이마르의 공백 vs 견고한 4-2-3-1
브라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 포메이션: 4-2-3-1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은 간판스타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브렌트포드의 이고르 티아구를 최전방 원톱에 세우고 2선에 하피냐, 파케타, 비니시우스로 이어지는 강력한 화력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중원은 베테랑 카세미루와 기마랑이스가 지켰습니다.
브라질로서는 승점 1점을 챙기며 무패 기록을 이어간 것에 만족해야 하는 찝찝한 경기였습니다. 안첼로티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 초반 선수들이 과도하게 긴장했고, 아직 전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퉁명스럽고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네이마르가 없을 때 중원에서 공격을 창의적으로 풀어나갈 플레이메이커의 부재였습니다. 파케타가 분전했으나 모로코의 거친 압박에 고립되었고, 비니시우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비니시우스가 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경기 중 브라질이 승리하지 못한 첫 사례가 되었다는 사실은 현재 브라질이 겪고 있는 공격 분담의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모로코 (모하메드 우아비 감독)
- 포메이션: 4-2-3-1
모하메드 우아비 감독의 모로코 역시 4-2-3-1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에인트호번의 신성 이스마엘 사이바리를 최전방에 두고,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힘 디아스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2선 공격진을 구성했습니다. 월드클래스 풀백 하키미와 수문장 야신 부누가 버티는 후방 라인은 브라질의 화력을 잠재우기 충분해 보였습니다.
반면 모로코는 비록 비겼지만 사실상 판정승에 가까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모하메드 우아비 감독은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었지만 전혀 슬프지 않다. 모로코 축구의 미래는 밝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습니다.
모로코는 카타르 월드컵 때 보여준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을 넘어, 이제는 브라질 같은 세계 최강국을 상대로도 전방에서부터 맞불을 놓아 압도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추었음을 증명했습니다. 사이바리의 결정력, 디아스의 조율, 하키미의 파괴력, 그리고 부누의 안정감까지 공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왜 그들이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지 그 이유를 경기력으로 웅변했습니다.
2. 전반전: 모로코의 충격적인 초반 압박과 비니시우스의 한 방
경기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쥔 쪽은 놀랍게도 모로코였습니다. 모로코는 라인을 높여 강한 전방 압박을 감행했고, 브라질의 빌드업을 완벽하게 차단했습니다. 브라질 중원의 핵 카세미루와 기마랑이스는 모로코의 강한 피지컬과 압박에 고전하며 잦은 패스 미스를 범했습니다.
전반 21분, 모로코의 선제골 (1-0): 모로코의 강한 압박이 결국 결실을 맺었습니다. 중원에서 볼을 탈취한 뒤 빠르게 전개된 역습 상황에서, 최전방의 이스마엘 사이바리가 알리송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환상적인 칩슛으로 브라질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뉴욕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모로코 팬들의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온 순간이었습니다.
선제골을 내준 브라질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전반 30분까지 모로코는 무려 12개의 슈팅을 쏟아내며 브라질을 코너에 몰아넣었습니다. 하키미의 오버래핑을 활용한 측면 역습은 브라질의 측면 수비진을 사정없이 흔들었습니다.
전반 32분, 비니시우스의 동점골 (1-1): 브라질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팀을 구한 것은 역시 ‘남미 최고 몸값’의 사나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였습니다. 전반 중반 분위기 반전을 위해 도입된 쿨링 브레이크(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브라질은 브루누 기마랑이스가 찔러준 정교한 전진 패스를 비니시우스가 이어받았습니다. 비니시우스는 모로코 수비진의 거친 견제를 감각적인 턴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뚫어낸 뒤, 전매특허인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습니다.
이 골로 흐름은 급격히 브라질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 루카스 파케타의 날카로운 발리슛과 코너킥 상황에서 마르키뉴스의 헤더가 연이어 모로코의 골문을 위협했으나, 야신 부누 골키퍼의 동물적인 선방에 막히며 전반은 1-1로 팽팽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3. 후반전: 안첼로티의 전술 수정과 체력 저하가 불러온 소강상태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안첼로티 감독은 과감한 변화를 꾀했습니다. 전반에 이미 경고를 한 장씩 안고 있어 퇴장 위험이 있었던 호제르 이바녜스와 카세미루를 과감히 빼고, 다닐루와 파비뉴를 조기에 투입했습니다. 이는 경고 누적을 방지하는 동시에 흔들리던 중원의 안정감을 확보하고 모로코의 날카로운 역습을 제어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안첼로티의 교체 카드는 적중했습니다. 후반전 브라질은 전반보다 한결 안정적인 볼 소유권을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했습니다. 후반 15분에는 공격진에 마테우스 쿠냐와 루이스 엔히크까지 투입하며 역전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피냐가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야신 부누 골키퍼가 한발 빠른 판단으로 나와 쳐내며 무산되었습니다.
하지만 뉴욕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전반전 내내 엄청난 활동량을 가져갔던 양 팀 선수들의 체력이 후반 중반 이후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술의 무게 중심도 자연스럽게 '공격'에서 '실점하지 않는 안정적인 수비'로 이동했습니다.
후반 추가시간은 무려 10분이 주어졌습니다. 양 팀은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코너킥과 롱패스를 주고받았습니다. 특히 경기 막판 모로코의 닐 엘 아이나위가 회심의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브라질의 수문장 알리송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막아내며 결국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무승부로 인해 C조의 판세는 더욱 흥미진진해졌습니다. 같은 조의 스코틀랜드가 아이티를 1-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먼저 챙기며 조 1위로 올라선 가운데, 브라질과 모로코는 남은 조별리그 2, 3차전에서 다득점과 승리 행진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첫 경기라는 중압감 속에서 서로의 밑천과 저력을 아낌없이 확인한 브라질과 모로코. 이 두 거함이 이번 북중미 월드컵 토너먼트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명승부를 펼칠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가슴이 벌써부터 설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