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앞두고 LAFC 구단 홈페이지는 이렇게 적었다. "손흥민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4경기 연속골을 넣었던 그의 존재감을 새삼 강조하는 문구였다. 그런데 정작 이 문장이 나온 바로 다음 경기, 손흥민은 선발 명단에 없었다. 그리고 팀은 자책골 한 방으로 무너지며 0-1 패배, 3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다. 이 아이러니를 단순히 "감독의 판단 실수"로 읽으면 곤란하다. 오히려 이 장면은 LAFC가 시즌 내내 안고 있던 구조적 딜레마, 즉 핵심 선수 의존도와 체력 관리 사이의 줄다리기가 마침내 표면으로 드러난 순간에 가깝다.

예고된 결정이었다
손흥민의 이번 벤치행은 갑작스러운 판단이 아니다. 이미 지난달 도스 산토스 감독은 레알 솔트레이크전을 앞두고 "우리 일정은 매우 빡빡하다. 8월에는 최대 9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 손흥민을 포함한 핵심 선수들과 이미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로테이션 계획을 공개적으로 예고한 바 있다. 34세인 손흥민이 월드컵 휴식기 이후 한 달 동안 9경기를 소화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오히려 한 달 전부터 예정돼 있던 수순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날 벤치에는 손흥민뿐 아니라 드니 부앙가, 골키퍼 위고 요리스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감독 입장에서는 단순히 한 명을 뺀 게 아니라, 팀 전체의 체력을 관리하는 차원의 결단이었다.
백업 공격진이 드러낸 진짜 문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타일러 보이드, 제레미 에보비세, 제이콥 샤펠버그로 꾸린 대체 공격진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위협을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22분 콜로라도 유세프 마지즈의 중거리 슈팅이 에보비세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자책골로 이어져 팀이 먼저 실점했다. 후반 들어 샤펠버그가 슈팅을 시도하고 에보비세와 에디 세구라도 연달아 문전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감독은 후반 19분 손흥민과 부앙가를 동시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이미 짜임새를 갖춘 콜로라도의 수비를 27분 만에 무너뜨리기엔 시간도, 호흡도 부족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지역 정면 외곽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 장면이 말해주는 건 명확하다. 로테이션 자체는 합리적인 결정이었을지 몰라도, 그 로테이션을 받쳐줄 백업 자원의 득점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이번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팀이 손흥민, 부앙가 듀오에게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그 둘이 빠진 경기에서 확인한 셈이다.
두 개의 침묵이 겹쳤다
이 경기로 손흥민은 리그스컵 3경기와 정규리그 2경기를 합쳐 5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침묵을 이어가게 됐다. 팀 역시 직전 샌디에이고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를 당하며 전체로는 3경기 연속 무승에 머물렀다. 개인의 침묵과 팀의 침묵이 같은 시기에 겹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이 부진이 단순히 손흥민 한 명의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걸 보여준다. 순위표상으로는 아직 서부 콘퍼런스 3위(승점 34)를 지키고 있지만, 2위 밴쿠버 화이트캡스(37점)와 격차는 3점, 1위 휴스턴 다이너모(38점)와는 4점으로 벌어졌다. 앞서가는 팀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남은 시즌, 감독의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 이번 경기가 남긴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34세 선수의 체력을 관리하려는 감독의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관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팀의 득점력이 특정 선수 한두 명에게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로테이션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로테이션을 하고도 승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백업진의 경쟁력을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다.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이런 선택의 순간은 더 자주, 더 중요하게 찾아올 것이다. *작성 근거: 2026년 8월 20일 MLS 정규리그 원정경기(콜로라도 래피즈 1-0 LAFC) 및 관련 국내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