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2분, 이강인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이 장면 하나가 이날 경기 전체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개인은 번뜩였지만, 팀은 그 번뜩임을 결과로 잇지 못한 채 0-3으로 무너졌다. 시즌 첫 패배였다.

3주 만에 네 번째 다른 자리
이번 경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이강인의 포지션이다. 개막전에는 교체 최전방으로 데뷔골을 넣었고, 2라운드에는 선발 최전방으로 나섰지만 침묵했다. 3라운드에는 중원으로 이동해 시즌 첫 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4라운드, 시메오네 감독은 그를 다시 최전방 쪽으로 돌려보냈다. 이번엔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공격수로, 아데몰라 루크먼과 투톱을 이뤘다. 세 경기 만에 벌써 세 번째 다른 배치다. 지난 세비야전 도움을 두고 "중원 이동이 장기적인 해법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번 경기는 그 해석에 물음표를 던진다. 시메오네 감독이 아직 이강인에게 확실한 고정 자리를 정해주지 못했거나, 혹은 상대와 전술에 따라 그를 유동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번뜩였지만, 거기까지였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이강인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아쉽게 왼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전반 23분에는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알렉스 바에나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줬지만, 이번엔 바에나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무산됐다. 이날 이강인은 시도한 드리블 3회를 모두 성공시켰고(성공률 100%), 상대 박스 안 터치 3회, 지상 볼 경합 4회 중 2회 승리 등 준수한 개인 지표를 남기며 평점 6.7을 받았다. 하지만 팀이 0-2로 뒤진 후반 14분, 이강인은 훌리안 알바레스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 빌바오는 니코 윌리엄스, 로베르트 나바로, 오이한 산세트로 이어지는 연속골을 몰아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개막 후 3경기 동안 2승 1무로 무패를 달리던 아틀레티코는 이날 패배로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며 승점 7(2승 1무 1패)에 머물렀다.
낯설지 않은 패턴
흥미로운 건 이런 장면이 이강인의 커리어에서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요르카 시절이던 2022-23시즌, 그는 알메리아 원정에서 팀이 0-3으로 완패하는 와중에도 드리블 돌파 8회 성공 등의 활약으로 홀로 7점대 평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 빌바오전도 비슷한 구도다. 팀은 무너졌지만 이강인 개인의 활약만큼은 꾸준히 눈에 띄었다. 이는 그가 위기 상황에서도 자기 몫을 하는 유형의 선수라는 근거인 동시에, 동료들과의 호흡이나 팀 전체 완성도가 아직 그의 개인기를 결과로 완전히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짜 문제는 후반 초반이었다. 이날 패배의 실질적 원인은 이강인의 부진이 아니라 후반 시작 직후 팀 전체의 집중력 저하였다. 0-2로 앞선 빌바오가 후반 들어 곧바로 추가 득점을 몰아치는 동안, 아틀레티코의 수비 조직력은 눈에 띄게 흔들렸다. 개인 공격 포인트를 만들지 못한 이강인 한 명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팀 전체가 무기력하게 무너진 경기였다.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해졌다. 시즌 첫 패배와 함께 이강인의 포지션은 또다시 물음표가 붙었다. 최전방과 중원을 오가는 실험이 계속된다는 건, 아직 그에게 최적화된 역할이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음 경기에서 시메오네 감독이 어떤 자리를 선택할지, 그리고 이번 완패를 팀이 얼마나 빨리 추스르는지가 이강인의 시즌 초반 적응기에서 다음으로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작성 근거: 2026년 9월 6일 스페인 라리가 4라운드(아틀레틱 클루브 3-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및 이강인 관련 국내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